2020.9.15. 국민일보
최근 기독교는 품격과 공공성 측면에서 한국사회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이번에 전광훈 목사는 정말 자중했어야 했다.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강점을 가지긴 했으나 겸손이 부족했다. 정말 자기성찰이 필요했다. 그의 지나친 자기 확신은 정반대 결과를 낳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한국교회도 같은 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극우=기독교’ 공식은 더 안 된다. 엄밀하게는 ‘보수=기독교’ 등식도 현재 상황에선 존립이 어렵게 됐다.
기독교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성경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 4:27)고 명령한다. 오직 진리의 말씀을 붙잡고 악에서 떠나는 것만이 살길이다. 우리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진리파’인 셈이다. 보수도 진보도 악을 포함하고 있음은 누구나 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보수이며 진보이다. ‘진리의 사수’라는 측면에서는 보수이고, ‘날마다 새로운 혁신’이라는 측면에선 진보이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 주범은 교회가 아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수차례 경고한 것처럼 이미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 코로나19의 변종인 GH형이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5월 초 이태원 클럽이었다. GH형은 확산 속도가 6배나 빠르지만 치사율은 약하다. 262명의 확진자를 찾아냈지만 숨은 감염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부는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철저히 은폐했고 그들이 GH형의 계속적 감염원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깜깜이 감염의 근원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지금은 검사하면 할수록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어떤 대상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통계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발생 증가의 원인은 매일 2만여건에서 최대 5만~7만여건으로 검사 수가 증가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검사법은 위양성이 높다. 즉 양성이 아닌 검사자가 양성으로 되는 에러가 높은 검사이다. 음성이 양성이 되고 양성이 음성이 되는 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감도를 높이면 양성 비율이 높아지고 민감도를 낮추면 양성 비율이 낮아진다. 특정 집단에 양성 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나오는 것은 검사의 정확도를 의심받을 여지가 많다.
최근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비율은 점차 감소 중이다.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 GH형의 특성상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제 집단 면역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정상적 경제활동을 하면서 집단 감염을 유도해, 가을철 폭발적 2차 유행을 예방하는 시책을 강구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많았던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부 교인이 방역 당국에 협조하지 않는 태도도 개탄스럽다. 그러나 전국 8만여 교회 중 일부에서 발생했다고 모든 교회를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돌리는 것은 더욱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정부도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심을 벗어나려면 ‘코로나19 국민보건의료감시단’을 결성해 코로나19의 현황, 검사의 정확성, 민감도 관리의 객관성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 또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민생 파탄과 무너진 경제, 타락한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원망을 코로나 확산 공포로 감추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눈물겨운 노력과 적극적 협조로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
교회는 대면예배 금지로 성도들의 생명선이 끊어진 것 같지만 하나님은 새로운 문을 여신다는 것을 기억하자. 하나님은 동서남북이 막히면 하늘 문을 여실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모든 성도가 평신도 선교사의 삶을 살라는 신호탄이다. 이 모든 사태를 계기로 ‘침투적 소그룹 공동체’라는 교회의 본질이 회복될 것이다. ‘교회 중심 신앙’에서 ‘하나님 나라 중심 신앙’으로 전환될 것이다. ‘건물 신앙’에서 ‘보좌 앞 신앙’으로 대체되어 천만 성도가 기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 역사는 하나님의 계산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이고 있다.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황성주 (사랑의병원 병원장·KWMA 부이사장) [원본링크] http://m.kmib.co.kr/view.asp?arcid=0924155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