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기사 탈북민 돕다 북 억류 2804일 “김정욱 선교사 위해 기도해주세요" : 뉴스 : 국민일보
기사입력 2021-06-11 03:01
인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중국 접경서 탈북민 돌보며 목회 2013년 북 보위부에 체포돼 8남1녀 형제·가족들 애타는 호소
▲김정삼 기현정밀 대표가 10일 인천 서구 사무실에서 동생 김정욱 선교사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적은 필사 성경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2803일. 10일은 김정욱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7년8개월하고도 2일이 되는 날이었다. 인천 서구 금형제작 공장에서 만난 김정삼(61) 기현정밀 대표는 2013년 10월 북한에 억류된 동생을 그리워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대표는 “건축업을 하던 동생은 포항의 작은 침례교회 안수집사였는데, 2005년 철야기도 중 북한선교를 하라는 강력한 응답을 받았다고 했다”면서 “‘내가 북한의 내 백성을 사랑한다’는 말씀이었는데, 얼마나 강렬했던지 며칠 동안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김 선교사는 북한선교를 위해 서울로 올라와 침례교회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선교사명을 위해 40일 금식기도도 했다. 그는 기독교한국침례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2008년 3월 아내와 아들 둘을 데리고 중국 단둥으로 향했다.
그는 “동생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난 바울처럼 복음 앞에 불같은 열정을 갖고 있었다. 중국 공안에 여러 번 잡혔고 탈북자를 돕다가 라오스 교도소에 2번 갇히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복음 앞에 생명까지 내던진 동생을 북한에선 남한 간첩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형제는 8남1녀다. 라오스 선교에 투신했다가 47세의 나이로 소천한 김정인 선교사가 넷째이고, 여덟째가 김정룡 캄보디아 선교사다. 김 대표는 여섯째이고, 네 살 어린 김정욱 선교사는 일곱째다.
▲2004년 부친의 팔순 잔치 때 함께한 김 선교사(원안).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선교DNA를 지닌 김 선교사는 6년간 북한 주민 쉼터와 국수 공장을 운영했다. 그는 2013년 10월 탈북민과 지하교회 성도를 돌보다가 북한 보위부에 붙잡힌 것으로 추정되며 이듬해 5월 무기교화노동형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4년 2월 평양의 기자회견 이후로 동생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청원을 2번이나 하고 BBC와 국내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됐지만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선교사의 아내와 두 자녀는 한국의 임시거처에 머물며 생계를 겨우 잇고 있다. 동생을 위해 백방 뛰어다니던 그도 6개월 전 심근경색이 와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김 대표는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명자가 사명을 완수하기 전까지 하나님께서 생명을 지키신다는 확신만큼은 있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절대 따라갈 수 없는 하나님의 경륜을 믿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대표는 “임현수 목사님이나 케네스 배 선교사님의 사례를 봤을 때 동생도 독방에 머물며 고된 노동을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누구도 만날 수 없고 복음전파도 어렵겠지만 하나님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동생을 복음통일의 불쏘시개로 사용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 성도들에겐 ‘김 선교사가 현재 겪는 고난의 날을 감하여 주시고 그가 자유의 몸으로 구원받는 날을 재촉해 달라’는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에스더기도운동은 매일 철야예배 때 김 선교사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중보기도 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도 김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오는 20일을 금식기도의 날로 선포했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이중인 목사가 매주 중보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미주 한인 교계에서도 중보기도 모임이 열리고 있다. 북한에는 김 선교사 외에도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한국 국적의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씨가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