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7 국민일보
< 참석자 >
사회· 김병삼 목사 만나교회
손창완 목사 세광교회
조요셉 목사 물댄동산교회
하충엽 교수 숭실대 대학원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었던 초갈등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과 대처방안을 놓고 더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한마음으로 막아내야 하지만, 이념적·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4·15총선을 앞두고 이같은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일보는 지난 1~2월 ‘초갈등사회 예수가 답하다’ 기획을 통해 한국교회의 ‘피스 메이커’ 역할을 모색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기획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갈등을 넘어 아름다운 대한민국 만들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초갈등 사회다. 진영논리가 격화되면서 갈등 간극이 더 넓어지고 있다.
하충엽 교수=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뉜 국민의 갈등이 커졌다. 광화문 집회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면서 교회도 정치 바람을 탔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교회를 향해 ‘몸 사린다’는 말을 하며 비방했다. 이런 갈등은 교회뿐 아니라 가정으로도 옮겨졌다. 거리에서 시작된 갈등이 교회를 지나 가정까지 뒤덮은 셈이다.
조요셉 목사=이념 갈등이 진영논리로 변모해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교회에는 복음의 절대 권위만 남아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교회 내 진영 논리가 새로운 이념이 됐다. 이 때문에 설교조차 힘들어졌다. 교회는 이념을 넘어서야 한다.
-교회가 오히려 갈등의 요인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손창완 목사=교회가 정치 속으로 들어가 매몰된 형국이다. 진보와 보수 모두 그렇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라 예언자로 살아야 하는데 세속 정치화됐다.
조 목사=교회도 진보와 보수 나뉘어 이를 통해 사회를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서 진보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지향한다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 북한이나 중국이 진보일 수 없지 않은가. 교회부터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갈등의 진원지가 되지 않는다.
-목회자와 교회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생각하나.
하 교수=신학자와 목회자는 사회적 변혁자를 제대로 양성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이들이 사회 구조를 변혁시킬 것이다. 교회나 기독교인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면 신앙과 정치의 영역이 뒤섞이면서 집단적 증오와 편협한 인식만 확대될 수 있다. 사람을 키우는 게 중요한 이유다.
-‘선 밖에 선 예수’라는 책이 있다. 교회가 이런 위치에 서는 건 어떤가.
하 교수=특정한 입장에 서지 않은 교회가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나드는 횡단의 정치를 한다는 면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경계를 넘나드는 정치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조 목사=교인과 목회자 모두 진영 논리에 빠지면 안 된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면서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건 성경적이지 않다. 정치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 다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한다.
손 목사=정치의 목적은 정권 획득에 있다. 반면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다. 교회 자체가 정치의 모델이 돼야 한다. 세상의 가치와 뒤섞여서는 안 된다. 한국에도 기독교를 표방한 정당이 있다. 만약 그들의 목적이 정권 획득에 있다면 그건 기독교 정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들의 정책을 성경적 가치관으로 살펴보는 건 어떤가.
조 목사=전광훈 목사의 열정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이 과연 기독교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생각이고 행동인지는 의문이다. 그의 모습에서 예수의 모습이 엿보이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말고 정책에 대해 목회자로서 입장을 내자.
하 목사=영국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진보와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소개한다. 신학자들도 입장을 낸다. 그래서 균형을 갖고 정책을 조망할 수 있다. 반면 한국 교인들은 ‘카톡방’의 영향을 받는다. 안타까울 뿐이다.
-코로나19로 또 다른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
손 목사=코로나19를 성경적으로 보면 바벨탑 사건이 연상된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흩으셨다. 지금 우리도 교회에 모이지 못하고 흩어져 있다. 예수님 앞에서 겸손했는지 생각해보라.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했는지 자문해 보자. 코로나19로 생기는 새로운 갈등을 없애려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조 목사=코로나19 사태 이후 광주시장이 구호 물품을 대구시로 보냈다. 세계가 코로나19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우리나라를 높이 평가한다.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이제 우리도 북한에 의약품을 보내는 걸 고민해야 한다.
하 교수=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종식 후 어딘가에 소속되길 원하는 욕구가 커질 것이다. 교회는 공동체로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다가올 그때를 지혜롭게 준비하면 갈등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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